우리 아파트는 지진에 안전할까 — 내진설계 확인법과 흔들릴 때의 행동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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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는 지진에 안전할까 — 내진설계 확인법과 흔들릴 때의 행동요령

2026-08-11 · 읽는 데 12
이용우 대표
백현디엔씨 대표이사 · 이안 문수로

울산에서 오래 사신 분들은 2016년 9월의 밤을 기억하실 겁니다.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울산에서도 건물이 흔들렸고, 이듬해 포항 지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뒤로 상담 자리에서 "이 아파트는 지진에 괜찮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충분히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영남권은 양산단층대를 비롯한 활성 단층이 지나가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기상청 지진 통계에서도 국내 지진의 상당수가 이 일대에서 관측됩니다. 다만 이 질문에 "안전합니다"라고 한마디로 답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건물마다 적용된 기준이 다르고, 그 기준은 서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내진설계가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내 집이 어떤 기준으로 지어졌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방법, 그리고 흔들림이 시작됐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건물의 지진 저항 성능은 겉모습이 아니라 구조 설계와 적용 기준에서 결정됩니다
건물의 지진 저항 성능은 겉모습이 아니라 구조 설계와 적용 기준에서 결정됩니다

내진설계는 '흔들리지 않는 집'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바로잡아야 할 오해입니다. 내진설계된 건물이라고 해서 지진 때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내진설계의 기본 목표는 세 단계로 설명됩니다.

  • 작은 지진 — 건물에 손상이 생기지 않도록 합니다.
  • 중간 규모 지진 — 구조체는 견디고, 마감재 등 일부 손상은 허용합니다.
  • 큰 지진 — 건물이 부분적으로 손상되더라도 붕괴하지 않아 인명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내진설계는 재산 피해를 완전히 막는 장치가 아니라 사람이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는 설계입니다. 벽에 금이 갔다는 이유만으로 내진설계가 실패했다고 볼 수 없고, 반대로 균열이 없다고 해서 구조가 무사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 구분을 알고 계시면 지진 이후의 뉴스나 안내문을 훨씬 정확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내진·제진·면진, 무엇이 다를까

건물이 지진에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분양 홍보물에서 섞여 쓰이는 경우가 많아 한 번 정리해 두면 좋습니다.

  • 내진구조 — 기둥과 벽, 보를 튼튼하게 만들어 지진력을 버텨 내는 방식입니다. 국내 아파트 대부분이 이 방식입니다.
  • 제진구조 — 건물 안에 진동을 흡수하는 감쇠 장치를 넣어 흔들림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초고층 건물이나 일부 대형 건축물에 쓰입니다.
  • 면진구조 — 건물과 지반 사이에 적층 고무 등 받침을 두어 지진력이 전달되지 않도록 끊는 방식입니다. 비용이 커서 병원, 데이터센터, 문화재 등 특수 용도에 주로 적용됩니다.

일반 아파트에서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는 말은 대체로 첫 번째, 내진구조를 뜻합니다. 제진이나 면진이 적용되었다면 그것은 별도의 사양이므로 분양 자료에 명시되어 있어야 하고,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언제 지어졌는지가 왜 중요한가

우리나라에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88년입니다. 당시에는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등 규모가 큰 건물에만 적용되었습니다.

이후 의무 대상은 단계적으로 넓어졌습니다. 1995년, 2005년, 2015년, 2017년을 거치며 층수와 연면적 기준이 계속 낮아졌고, 2017년 개정 이후에는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 이상의 건축물까지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되었습니다. 사실상 새로 짓는 대부분의 건물이 포함된 셈입니다.

여기서 실수요자가 기억할 점은 간단합니다.

  •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일수록 더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오래된 건물이라고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당시 기준을 충족했거나 설계 여유를 두고 지은 경우도 많습니다.
  • 다만 1988년 이전 건물은 내진설계 의무가 없던 시기에 지어졌으므로 별도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 위 연혁은 제도의 큰 흐름을 정리한 것으로, 개별 건물에 실제 적용된 기준은 착공 시점의 법령과 설계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 정확한 사항은 건축물대장과 설계도서를 기준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집 내진설계 여부, 이렇게 확인합니다

다행히 이 정보는 공개되어 있고, 확인에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순서대로 해 보시면 10분이면 끝납니다.

  • 1단계 — 건축물대장을 발급받습니다. 정부24에서 무료로 열람할 수 있습니다. 표제부의 "내진설계 적용 여부"와 "내진능력" 항목을 확인합니다. 내진능력은 보통 "규모 6.5 / 진도 Ⅶ"과 같은 형식으로 표기됩니다.
  • 2단계 — 국토교통부 '우리집 내진설계 간편조회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주소만 입력하면 해당 건축물의 내진설계 의무 대상 여부와 적용 여부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 3단계 — 사용승인일(준공일)을 확인합니다. 건축물대장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앞서 본 제도 연혁과 맞춰 보면 어느 시기 기준이 적용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 4단계 — 신축 분양이라면 분양 자료의 구조 항목을 봅니다. 구조 형식(벽식·기둥식 등)과 내진 관련 기재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시행사나 상담 창구에 서면으로 요청하실 수 있습니다.

건축물대장에 "내진설계 적용 여부"가 공란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반드시 미적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대장 전산화 과정에서 정보가 채워지지 않은 경우일 수 있으므로, 관리사무소나 해당 지자체 건축과에 문의해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신축 아파트라면 분양 자료의 구조 형식과 내진 관련 기재 사항을 함께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신축 아파트라면 분양 자료의 구조 형식과 내진 관련 기재 사항을 함께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구조 형식과 지진 — 벽식과 기둥식

국내 아파트는 대부분 벽식구조입니다. 기둥과 보 대신 내력벽이 하중을 받는 방식으로, 같은 층고에서 천장을 높게 쓸 수 있고 시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둥식(라멘)구조는 기둥과 보가 하중을 받고 벽은 칸막이 역할만 합니다. 층간소음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고, 내부 벽 변경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둘 중 어느 쪽이 지진에 절대적으로 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방식 모두 현행 기준에 따라 설계·시공되었다면 요구 성능을 충족하도록 만들어집니다. 다만 실수요자가 알아 두면 좋은 점은 있습니다.

  • 벽식구조에서 내력벽을 임의로 철거하면 구조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인테리어 공사 시 절대 손대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 어떤 구조든 베란다 확장, 발코니 난간 변경 등은 허가와 구조 검토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 구조 형식은 건축물대장이나 분양 자료의 구조란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결국 지진 안전에서 개별 세대가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구조체를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흔들림이 시작됐을 때 — 아파트에서의 행동 순서

행정안전부가 안내하는 지진 국민행동요령을 아파트 거주 상황에 맞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흔들리는 동안에는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튼튼한 탁자 아래로 들어가 다리를 잡고 몸을 보호합니다. 탁자가 없으면 방석 등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을 낮춥니다.
  • 흔들림이 멈추면 가스와 전기를 차단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합니다. 문틀이 뒤틀리면 문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계단을 이용해 대피합니다. 엘리베이터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었다면 모든 층의 버튼을 누르고 가장 먼저 열리는 층에서 내립니다.
  • 건물 밖으로 나가면 유리창, 간판, 담장에서 떨어져 운동장이나 공원 등 넓은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 여진에 대비합니다. 본진 이후에도 흔들림이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안전이 확인되기 전에는 실내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평소에 해 둘 수 있는 준비도 있습니다. 키가 큰 가구와 냉장고, 책장은 벽에 고정하고, 침대 머리맡에는 유리 액자나 무거운 물건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지진 피해 사례를 보면 구조물 붕괴보다 넘어진 가구와 떨어진 물건에 의한 부상이 훨씬 많습니다.

키 큰 가구를 벽에 고정하고 머리맡에 무거운 물건을 두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키 큰 가구를 벽에 고정하고 머리맡에 무거운 물건을 두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면 — 내진성능 평가와 보강

1988년 이전에 지어졌거나 내진설계 적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건물이라면 내진성능 평가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구조 전문가가 도면과 현장 상태를 검토해 현행 기준 대비 성능을 진단하는 절차입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둥 단면 보강, 전단벽 추가, 감쇠 장치 설치 등 보강 방법이 검토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지방세 감면 등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원 내용과 요건은 지자체와 시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해당 시·군·구 건축 부서에 확인하셔야 합니다.

다만 아파트는 공동주택이므로 개별 세대가 단독으로 진행하기는 어렵고,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의사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내진성능 평가와 보강은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이 글의 내용은 일반적인 절차 안내이며 개별 건물의 안전성을 진단하거나 보장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며

지진은 예보가 되지 않는 재해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리 확인해 두는 것흔들릴 때 무엇을 할지 몸으로 알고 있는 것, 두 가지뿐입니다.

오늘 하실 수 있는 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정부24에서 건축물대장을 한 번 열람해 내진설계 항목과 사용승인일을 확인하고, 집 안에서 가장 키가 큰 가구가 벽에 고정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두 가지 모두 오늘 저녁에 끝낼 수 있는 일입니다.

집을 고르실 때도 마감재와 평면만큼이나 구조와 준공 시기를 한 줄 확인해 두시면, 나중에 뉴스에서 지진 소식을 들었을 때 막연한 불안 대신 근거를 가지고 판단하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건축물 내진설계 제도와 지진 행동요령의 일반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부동산의 매수·임차·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내진설계 기준과 지원 제도는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실제 확인 시에는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와 해당 지자체의 최신 자료를 기준으로 하시고, 개별 건물의 구조 안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때는 구조 전문가의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신축 아파트의 구조 형식이나 준공 관련 공개 자료가 궁금하신 분은 이안 문수로 상담 창구를 통해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부동산의 매수·매도나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시세·수익은 보장되지 않으며, 실제 계약 전에는 반드시 공인중개사·법무사 등 전문가의 확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데이터 참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한국부동산원 등)
이안 문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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